Dongguk University
내가 돌이 되면
내가
돌이 되면
돌은
연꽃이 되고
연꽃은
호수가 되고
내가
호수가 되면
호수는
연꽃이 되고
연꽃은
돌이 되고
※
미당 서정주의 이 시는 행마다 ‘되다’라는 말로 이어진다. 그래서 12행밖에 안 되는 시에 ‘된다’는 말이 여섯 번 되풀이된다. 그래서 이 시는 영원히 생성되면서 순환하는 단군의 이야기와 같다. 밤이 아침이 되고 아침은 대낮이 되고 대낮은 황혼의 저녁이 되면서 밤이 된다. 그래서 한국사람은 사람을 평가할 때도 ‘사람이 됐다’, ‘못 됐다’고 한다. 한국 음식 역시 ’있는 맛’이 아니라 입 안에서 ‘되는 맛’이다. 씹어야만 비로소 싱거운 밥과 짠 김치가 한데 어울려 김치맛이 되고 밥맛이 ‘된다.’ 그러니 누가 김치맛과 밥맛을 따로 분간할 수 있겠는가.
이어령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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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겨울에 나는 충북 보은의 속리산 법주사의 큰 마당 한쪽에 서 있는 신라의 화강암제의 ‘석련지石蓮池’란 이름의 한 조각품에 반하여 넋을 쏟고 있었는데, 그것의 모양은 ‘세 마리의 사자가 뒷발들로만 일어서서 앞발들로는 한 송이의 잘 핀 연꽃을 머리 위에 이고서 떠받들고 있고, 그리고 그 연꽃 속에는 맑은 호수가 담겨 있다’는 내용으로 꾸며진 것이었다. 불교적 논리를 따라 보자면 ‘불교의 진리를 지키는 힘 좋은 사자명왕獅子明王이 불교의 진리를 상징하며 꽃 피어 있는 연꽃을 머리에 여 모시어 받들고 있고, 그 꽃 속에 고여 있는 건 맑힐 대로 맑힌 진리의 호수’라는 것이니, 이건 초현실주의의 무의식의 구성과는 아주 다른 묘미가 있어 나는 여기 몰두할밖에 없었고, 그런 나머지 내 알량한 소품 「내가 돌이 되면」을 만들게 되었던 것이니 말이다.
서정주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