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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

등록일 2026-01-19 작성자 관리자 조회 30

 

마흔다섯

 

마흔다섯은
귀신이 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

참 대 밭 같이
참 대 밭 같이

겨울 마늘 낼
풍기며,
처녀 귀신들이
돌아와 서는 것이
보이는 나이.

귀신을 길를 만큼 지긋치는 못해도
처녀 귀신허고도
상면은 되는 나이.

-동천(1968) 수록

 

올해 나는 만으로 마흔한 살이 되었다. 『논어』에서는 “사십이불혹四十而不惑”이라는데, 술 한 잔의 유혹조차 쉽지 않다. 그럴 때면 공자 시절과 또 미당이 살던 시대의 마흔은 현재의 마흔과 다르니 유혹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적어도 예순은 넘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위로한다.

이 시는 1959년 『사상계』 8월호에 발표되었다. 미당은 1915년에 태어났으니, 그해에 우리 나이로 마흔다섯이 되었다. 1960년 한국인의 기대 수명은 54.6세. 미당이 이 시를 발표할 무렵에 마흔다섯이라는 나이는 그 무게감이 요즘과는 달랐을 것이다. 마흔다섯은 사회적으로 어엿한 어른이었다.

미당은 왜 마흔도 쉰도 아니고, 어중간하게 마흔다섯을 노래했을까. 마흔과 쉰 사이의 딱 중간. 이런 경계를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귀신은 경계의 존재다. 이승도 저승도 아닌 그 경계에 머무는 자. 귀신같이 보이지 않고 보지 못했던 것을 보려면, 여기를 벗어나 저기로 가야 한다. 적어도 여기와 저기의 경계까지는 나아가야 한다. 귀신과 마흔다섯은 그 경계의 다른 이름은 아닐는지.

이현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