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시문학관
Dongguk University
내가 심은 개나리
“참한 오막살이집 모양으로 아주 잘 가꾸었습죠. 이걸 기른 할아버지는 돌아가시고 할머니만 남아 있는데, 혼자 보기는 어렵다고 자꾸 캐 가라고만 해서 가져온 나무닙쇼.”
내가 올 이른 봄에 새로 사서 심은 개나리 꽃나무를 꽃장수는 내게 팔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 나는 이 개나리 꽃나무에서 또다시 이승과 저승의 두 가지를 나란히 갖는다. 혼자서도 인제는 똑바로 보고 있는 할아버지의 저승과, 똑바로는 아무래도 볼 수가 없어 얼굴을 모로 돌리고 있는 할머니의 이승을……
-『서정주문학전집』(1972)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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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주 시인의 「내가 심은 개나리」(1972)와 「내 뜰에 와서 살게 된 개나리 꽃나무 귀신」(1983)은 같은 기억 혹은 같은 상황으로 쓰인 두 편의 시로 보이지만, 제법 긴 시기를 두고 각각 다른 시집 속에 수록되었다.
두 편의 시 속 개나리는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시 속에 등장하는 죽은 할아버지는 수십 년 동안 정성으로 나무를 가꾸었으며, 개나리의 내력은 아내인 할머니에게 남게 되었고, 할머니는 개나리의 내력을 꽃장수에게 전달하고 꽃장수는 화자에게 전한다.
세상에는 많은 개나리 꽃나무가 있고 개나리 꽃나무가 될 씨앗들이 있지만,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으면 죽은 할아버지가 “참한 오막살이집 모양으로” 잘 가꾼 그 개나리 꽃나무를 상상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서정주 시인의 시를 읽는 감상과 마음까지도 개나리 꽃나무에 대한 하나의 내력이 될 것이다.
권승섭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