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당시문학관
Dongguk University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연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동천』(1968) 수록
※
이 시는 겉으로는 사랑의 감정을 표현한 연애시의 느낌을 충분히 아름답고도 애틋하게 보여 주기도 하지만, 눈에 띄지 않는 그 내리內裏에는 마음을 닦는 차원의 것과 극極의 상태를 지양하려는 것과 불교의 윤회설 등 묵중한 예지가 함께 들어 있다.
나는 이 시를 두고두고 읽는다. 읽을 때마다 이 시가 매력적인 까닭도 이 시가 결코 단선적이거나 단일한 이해와 해석에 도달하도록 허용하지 않는다는 점 때문일 테다. 그만큼 이 시에는 훨씬 깊은 수심水深의 사려가 디딤돌처럼 놓여 있다. 사는 동안엔 만남과 이별이 되풀이되므로 이 시는 그럴 적마다 내 마음이 위안을 찾아 읽는 시로 남을 것이다.
문태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