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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낮

등록일 2026-08-03 작성자 관리자 조회 148

 

대낮

 

따서 먹으면 자는 듯이 죽는다는
붉은 꽃밭 새이 길이 있어

핫슈 먹은 듯 취해 나자빠진
능구렝이 같은 등어릿길로,
님은 달아나며 나를 부르고……

강한 향기로 흐르는 코피
두 손에 받으며 나는 쫓느니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에
우리 둘이는 왼몸이 달어……

 

* 핫슈 : 아편의 일종.

-화사집(1941) 수록

 

“끓는 대낮”이기에 더 이상 나아갈 데가 없다. “밤처럼 고요한 끓는 대낮”이란 정오의 사상일 터이다. 더 이상 나아갈 수 없는 정상 혹은 비등점이 아닐 수 없다. 이 극단에까지 스스로를 몰아넣을 때 그는 이 생사의 접선지대의 연기演技를 지속하는 길밖에 없었는데, 그 결과물이 시(문학)라는 사실은 많은 것을 우리로 하여금 사유케 한다.

시란 생사의 갈림길에 이른 절정을 읊어야 한다는 것, 생사의 경계선 위에서 행하는 연기의 일종이라는 것, 생사의 접경지대에 설정된 오선지 위의 연기라는 것. 이때 중요한 것은 이 접선의 경계선에서 일탈하거나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이다.

김윤식 문학평론가